애덤 그랜트 / 와튼스쿨 교수

 

한 학생이 자신의 회사에 투자하지 않겠냐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친구와 3명이서 준비하고 있으며 잘 될지도 몰라서 다른 기업의 인턴쉽을 하고 있었어요. 여름방학 동안에 창업에 집중해야겠다는 말에는 굳이 다른데도 일할 데가 있다며 그렇지만은 않다는 말을 하더군요. 저는 당연히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약속된 창업일 하루 전에도 제대로 된 홈페이지 하나 없었거든요. 5년이 흘렀고, 그들이 설립한 워비 파커 (Warby parker)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워비파커 홈페이지

 

 

마감기한이 다 되어서 일을 처리하면 그 사람은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일을 지연시키고 그 시간 동안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거나, 혹은 휴식을 취함으로써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로 숙성시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일을 시작하지도 않고 미루는 것이 아니라 일을 시작하고 나서 바로 끝내지 않고 적당히 미루는 것입니다.

 

 

창의성과 업무속도에 따른 상관관계

 

일을 너무 빨리 끝마친다는 것은 너무 긴장하여 경직상태로 있게 해서 제대로 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게 합니다. 하지만 일을 끝까지 미룬다는 것은 사람을 느슨한 상태로 풀어지게 만들어서 창의성이 발휘되기 어렵습니다. 혁신적인 오리지널스는 그 중간 지점에서 분포하고 있습니다. 시작했으면 무조건 빨리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무르익을 때까지 적당히 미루는 것이죠. 중간중간 휴식과 게임, 산책, 낮잠 등으로요. 다른 일을 하는 동안 우리 마음 한쪽 구석에서는 기존의 생각의 방향을 바꾸게 하는 힘이 생기고 또한 생각지 못한 발전을 이루게 합니다.

 

 

 

당신은 내가 빈둥거린다고 하지만, 나는 생각하는 중이다.

- 에런 소킨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그리기에 착수하고 나서 간헐적으로 그려내며 완성하기까지 무려 16년이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빛의 대비를 구상하는 그의 기법을 바꿀 수 있었고 지속적인 연구 끝에 세계적인 명작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I have a dream'이라는 말로 유명한 마틴 루터 킹의 사례에서는 명 연설이 있던 전날 새벽 3시에도 대본을 수정했었습니다. 그리고 연설 당일 대기석에 앉아서도 계속해서 대본을 수정합니다. 그리고 강단에서는 그렇게 수정한 대본을 뒤로한 채 연설을 했습니다. 실제로 'I have a dream'은 대본에도 없던 말이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좌) / 마틴 루터킹 주니어 (우)

 

 

애덤 그랜트는 세상의 혁신가들을 오리지널스(Originals)라 부릅니다. 오리지널스는 선구자와는 조금 다른 개념인데요. 가장 먼저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기보단 이미 나와있는 것에 독창성을 부여하고 좀 더 나은 것을 더하여 개선하는 것이 오리지널스들이 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는 구글, 페이스북 등이 있습니다. 구글은 야후가 나오고 나서 수년을 기다리며 문제점을 개선하여 세계적인 웹 검색엔진으로 자리를 잡았고, 페이스북도 앞서 나온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 있었지만 소셜 네트워크 기반이 다져지기를 기다렸습니다.

 

 

 

 

 

세상의 혁신가들도 실패에 공포를 느끼고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무서워 했던 것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가장 공포에서 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어렵게 설립한 회사가 부도가 날 수도 있고 생각한 아이디어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실패보다 더 두려운 것은 실행하지 않는 사실 그 자체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실행하고 실패합니다.

 

 

 

 

 

오리지널스는 가장 많이 실패한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위대한 사람들은 가장 많은 시도를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쁜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역사적인 작곡가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는 수 백이 넘는 곡을 작곡한 끝에서야 몇 안 되는 걸작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은 말하는 인형을 발명하기도 했지만 결과가 썩 좋진 않았습니다. 발명왕 에디슨 역시 전구 하나만 발명한 것이 아니며 무수히 많은 발명품 중에 전구가 빛을 보게 된 것입니다. (에디슨은 총 1,033개의 발명품을 세상에 남겼습니다.)

 

 

작곡수와 위대함의 상관관계

 

 

미루는 것은 어쩌면 부정적인 의미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우리의 아이디어를 좀 더 성숙시키는 과정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일을 착수하고 제대로 추진이 되지 않을 때는 가벼운 산책과 휴식을 통해서 그 일에 대해 신경을 끄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래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이 생겨났나 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시도를 통해 다양한 일에 일단 '착수'를 해야겠죠. 실행하지 않고 생각만 했던 지난 일들이 떠오를 때 느껴졌던 불쾌한 기분이 혹시 있지 않았나요? 지금은 작을지 몰라도 하지 않아 후회되는 일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돌아올 수 없는 시점에 서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부터 작은 아이디어들을 실행해서 세상에서 가장 많은 실패를 겪는 오리지널스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해보는 건 어떤가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