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석 /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유전자 전달이라는 목적은 태어남 자체로 이루었으니 인생은 보너스 게임,

산책하러 나온 겁니다."

 

 

개인주의자 하면 타인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고립적인 개인주의 즉 이기주의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 없이 살아갈 수 없는 뼛속까지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과거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야생동물들과 달리 신체적으로 매우 불리하였지만 현재는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호모 사피엔스의 사회적 규모를 따라오지 못했고 인류는 신체적 약점을 사회성으로 보완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고통을 받지만 또 타인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개인주의자 선언'에서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 또 다른 개인 즉 타인을 격려해주고 알아주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가족, 학교, 회사 등의 집단은 개인의 행복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죠. 우리 사회는 군대를 모델로 조직되어 상명하복, 집단이 우선되는 연대책임 등으로 개인의 의사, 감정은 너무나 쉽게 무시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자신의 비합리성까지 자각하는 수준인 합리적인 태도의 개인주의자가 되기를 선언합니다.

 

 

1. 행복도 과학이다.

 

"싫은건"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은 무난한 사람이라는 평판이지만, 얻을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장 행복감을 많이 느끼는 것은 타인에 의해서입니다. 주변 사람이 나를 인정해줄 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진정한 우정을 느낄 때처럼 말입니다. 돈은 기본적인 수준만 넘어서면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과학적으로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행복감이 핵심이라는 거죠. 반대로 인간관계에서 행복하지 못하면 불행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학교에서부터 회사에 취직할 때까지 계속해서 크고 작은 조직에 소속됩니다. 소속감을 느끼고 살아있음을 느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동료와는 경쟁하고 갑과 을이 존재하며 상명하복 관계가 주류인 조직에서 개인은 그저 조직을 위한 톱니바퀴에 불과합니다.

 

 

 

2019년 UN 세계 행복 보고서 중

 

 

 

2019년 UN이 발표한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는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54위를 차지하였습니다. 행복에 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상위권에 위치한 국가들의 행복 비결을 넘치는 자유, 타인에 대한 신뢰, 개개인의 다양한 재능과 관심에 대한 존중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같이 집단주의의 문화권은 경제적으로는 우위일지는 몰라도 그런 요소는 삶의 행복감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타인이 없인 살아갈 수 없고 개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면 불행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수한 성과로 그릇을 채우기 위해서는 이전에 그릇을 비우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조직이 성과를 달성하고 그 조직을 이루는 개인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의 자유와 이를 인정하는 문화 그리고 서로를 신뢰하고 보살펴 주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개인이 불행하면 조직의 성과도 없기 때문입니다.

 

 

2. 아무리 사실이라 믿어도 함부로 말해선 안된다.

 

"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급소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찌르는 흉기는 바로 '말'이다. "

 

저자인 문유석 판사의 재판 경험에 따르면 사람이 사람을 살해하는 주된 동기는 다름 아닌 '자존심'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40년을 해로하던 부부가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어린 시절 한쪽 눈을 잃는 사고로 놀림에 시달려야 했는데, 아내가 내뱉은 '개눈깔'이라는 말이 그에게는 흉기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게 되었죠.

 

데이의 '세 황금문' (Three golden gates)이라는 글이 있는데 우리가 말을 하려고 할 때에는 3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 그것이 참 말인가?
2.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3.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문유석 판사는 2번까지만 지켜져도 대부분의 잘못은 막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팩트'운운하며 남에게 상처가 되는 '불필요한 말'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들은 정말 많습니다. 타인에게 하는 '불필요한 말'들은 타인에게 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로도 본인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3. 세상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기

 

한국에는 이런 선입견이 있습니다.

'교육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수학을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가르칠 것이다.'

 

하지만 2012년 수학에 대한 흥미도 분석 결과 한국은 28위, 교육 선진국 핀란드는 29위로 나타났습니다. 기형적인 입시제도 속에서도 전 세계 명문대의 진학률은 늘어만 갑니다. 살인적인 연습량과 활동량으로 유명한 K-POP 연습생들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칩니다. 하지만 점점 과열되는 경쟁을 보면서 무엇인가 잘못되어감을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저자는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경쟁이 낳은 부작용들을 비판하기 위해서 이런 결과들을 잘 못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런 결과 중심의 효율성만 보고 문제점들을 무시한 채 과열 경쟁을 계속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합니다. 다만 이러한 효율성에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과열경쟁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발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쟁의 문제점만 맹목적으로 비난할 순 없습니다.

 

어쩌면 사회가 가지는 문제점만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맹목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이러한 경쟁이 가져다주는 효율이 한국을 경제대국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진실은 외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현실의 문제점을 부정하면서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주 하는 것이 부작용은 최소화하며 여러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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