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 사람의 소통보다는 사람 대 기계의 소통이 주()가 됨에 따라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도 기계로 인식하는 듯하다. 이와 함께 나날이 늘어가는 사이버 범죄와 익명이라는 가면 아래에서 휘갈기는 인격모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저 사람은 어쩜 말을 저렇게 하지? 어떻게 저렇게나 악독할 수가 있어? 저런 사람은 원래부터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랐을 거야..’ 극악무도한 살인범에 대한 신문기사나 타인을 조롱하는 댓글을 읽을 때면 절로 드는 생각이다.

 

유명한 연예인의 기사에 달린 댓글이든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는 sns상의 인플루언서의 개인적인 사이버 공간에서든 입에 담지 못할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 그들의 신상 정보를 추적해 본 결과가 아주 놀라웠다. 무언가 사회에 대단한 불만을 품은 비범한 사람들일 거라는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아기를 키우는 주부, 직장인, 전문직 종사자,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나치게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특별히 악한 사람, 유독 나쁜 사람, 악하게끔 태어난 사람 이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객관적인 악()에 대한 심상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악한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는 굉장히 험상궂은 인상을 가진 사회 부적응자(不適應者), 성격파탄자 등과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접한 뉴스 기사든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재고(再考)를 통해 악인(惡人)에 대한 나의 오래된 고정관념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나치 독일이 6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집행할 때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아이히만을 처형할 때 그를 보게 된 관계자들이 이 사람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 역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악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특징들과 같았으나 실제로 아이히만은 굉장히 왜소하고 약해보이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유대인 학살의 중심에 있던 히틀러 (좌) / 아이히만 (우)   

이러한 사례를 통해 이란 특별하거나 특이함을 드러내는 어떠한 객관적 단어들로 특징화 할 대상은 아님을 느꼈다죄의식 없이 스스로 깨우치지 못한 채 키보드를 무기 삼아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평범이라는 가면을 쓴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단순히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해악을 끼치고서도 대중을 기만하는 대한민국의 고위 지도층들도 모두 일례로 묶을 수 있겠다.

 

국가라는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이 생각하지 않고 삶을 영위한다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어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했다. 그 반대가 되어야 좀 더 그럴 듯한 개인들이 모여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텐데 말이다. 의식하지 않고, 깨어있지 않으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에 대한 기본적인 판단조차 흐려져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루를 마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아라나는 오늘 누군가에게 악마이지는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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